리츠호텔만한다이아몬드

집에서 생각만 하고 있으면 우울해질 것 같아서 밖에 나갔다. 마침 엄마가 스타벅스 쿠폰을 줘서 덥썩 받고.

리츠호텔만 한 다이아몬드만 읽고 두었던 것 나머지 다른 단편들을 다 읽었다. 리츠호텔…은 매우 밝은 이야기였군.
단편의 구성도 내러티브가 느껴졌다.
사랑을 하고, 꺾이고 변하고, 사고도 있고, 사건들을 겪으며 세월이 흘러 변해버린 스스로를 들여다보고, 절망으로부터 돌아와 나는 전과 달라졌다고 말해도 ‘나’는 과거를 나로 지나 지금에 이르른 나.
단편들이지만 그런 흐름으로 이어지는 이야기들이, 지금의 딜레마에 대한 이야기인 듯이 조금 아프게 읽었다. 과거에서 탈출할 수 없다. 과거로부터 엮어져온 지금을 어떻게 풀어가야할까.
‘분별있는 일’이 좋았는데 이런 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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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피아노 소리가 집 밖 길거리에 마지막 선율을 쏟아 놓는 동안 그들은 한 시간 이상 그렇게 앉아 있었다. 앞으로 닥쳐올 재앙을 예감하면서 무감각 상태에 빠진 조지는 몸을 움직이지도, 무엇인가 생각하지도, 무엇인가 바라지도 않았다. 시계는 11시가 지나고 12시가 지날 때까지 계속 똑딱거릴 것이고, 그러면 캐리 부인이 난간 위에서 부드러운 목소리로 부를 것이다. 그것 말고 그가 생각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오직 내일 닥쳐올 일과 그것에 대한 절망감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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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고통스러워 아무것도 눈에 보이지 않는 그는 여행 가방을 들고 어리벙벙한 상태로 기차에 올라탔다.
요란한 종소리가 울리는 건널목을 지나 탁 트인 교외를 통과하여 기차는 기울어가는 황혼을 향해 속력을 내기 시작했다. 그가 그녀의 잠과 더불어 과거 속으로 사라지기 전에 어쩌면 그녀도 그 석양을 바라보면서 잠시 걸음을 멈추고 뒤를 돌아보며 추억에 잠길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날 밤의 석양은 그의 청춘의 태양과 나무와 꽃과 웃음을 영원히 덮어버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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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시간이 얼마든지 있었다. 그의 시간과 그녀의 시간 말이다. 그러나 그녀의 입술에 키스하는 순간, 그는 아무리 영원히 찾아 헤매더라도 잃어버린 4월의 시간만큼은 절대로 되찾을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녀야말로 갖고 싶은 고귀한 그 무엇이었고, 분투한 끝에 마침내 자기 것으로 만들었다. 그러나 그 옛날 어스름 속에서나 산들바람 살랑거리던 밤에 주고받은 그 속삭임은 이제 다시는 되찾을 수 없을 것이다…….
그래, 갈 테면 가라, 그는 생각했다. 4월은 흘러갔다. 이제 4월은 이미 지나가 버렸다. 이 세상에는 온갖 종류의 사랑이 있건만 똑같은 사랑은 두 번 다시 없을 것이다.

‘분별있는 일’은 아니지만 이런 부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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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 후에 부사다에서 그 어떤 소리도 들리지 않고, 시장의 유랑객들이 모자달린 외투를 둘둘 감고 꼼짝않고 누웠을 즈음 그녀도 그의 어깨에 몸을 기대로 잠이 들었다. 삶은 우리의 의도와 상관없이 계속되지만, 누군가는 상처를 입으며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을 수 있다는 선례도 생겨난다. 그래도 이 같은 사랑 싸움은 상당히 오래 견딜 수 있다. 그녀와 넬슨은 젊은 시절에 외로웠다. 이제 그들은 살아 있는 세계의 맛과 냄새를 원했으며, 지금까지는 서로에게서 그것을 갈구했다.

다 읽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더 추워졌다.
지난 11월 어느 날,
이제 정말 겨울이다 생각하고 입어야겠다고 다짐했던 어느 밤과 같은 추위가 다시 돌아온다면,
완벽하게 겨울옷을 차려입고 있더라도 그 밤과 마찬가지로 추위에 떨 것이다. 
거듭 맞이하는 추위는 매번 새롭고 견디기 힘들다.
피로한 날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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